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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노륜산골목시장에서 건대입구역에 설치된 보행안전구역. ⓒ박종태 |
서울시의 ‘장애 없는 보도디자인 가이드라인’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의 안전 보행이 위협 받고 있다.
시 도시디자인정책팀은 지난 2009년 8월 각 구청에 가이드라인 공문을 내려 보냈다. 여기에는 인도에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말고, ‘보행안전구역’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보행안전구역은 인도 양쪽에 경계 띠를 만들어 그 중앙으로 보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 띠가 어두운색 대리석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빛조차 볼 수 없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전맹과 거리, 빛, 색상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저시력으로 나뉘는데 어두운색 대리석이 깔리면 흰 지팡이나 발로 눌렀을 때 안내하는 점자블록이라고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시력 장애인들은 검은색 웅덩이로 보여 구분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 살고 있는 유승주(남, 시각장애1급)씨는 ‘보행안전구역’ 때문에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 씨는 영동대교 북단 고가 끝부분 노륜산 골목시장에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까지 큰길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을 따라 보행을 했다. 하지만 광진구가 2011년 10월 경 인도의 점자블록을 전부 걷어내고 ‘보행안전구역’을 설치하는 공사를 완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 씨는 “보행안전구역 양 옆에 경계 띠인 어두운색의 대리석 위에 오토바이 등이 있고, 경계 띠를 구분할 수 없어 몇 번씩 부딪치면서 보행해야 한다”고 토로한 뒤 “점자블록이 있어도 시각장애인들은 보행하기도 힘든데 철거한 것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진구청 담당자는 “서울시에서 공문으로 내려온 ‘장애 없는 보도디자인 가드라인’ 대로 설치했다”며 “시에 항의하라”고 말했다.
한편 한구시각장애인연합회는 보행안전구역이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지난 3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보행안전구역 대신 점자블록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더욱이 박원순 서울시장도 3월 중증장애인들과 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 맵핑’ 제작에 나서 던 중 서소문 보행안전구역에 설치된 어두운색 대리석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